눈풀꽃-루이즈 글릭
내가 어떠했는지, 어떻게 살았는지 아는가.
절망이 무엇인지 안다면 당신은
분명 겨울의 의미를 이해할 것이다
나 자신이 살아남으리라고
기대하지 않았었다
대지가 나를 내리눌렀기에
내가 다시 깨어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었다
축축한 흙속에서 내 몸이 다시 반응하는
걸 느끼리라고는
그토록 긴 시간이 흐른 후
가장 이른 봄의
차가운 빛 속에서
다시 자신을 여는 법을
기억해 내면서
나는 지금 두려운가
그렇다, 하지만
당신과 함께 외친다
'좋아, 기쁨에 모험을 걸자,'
새로운 세상의 살을 에는 바람 속에서
-류시화 옮김 <마음챙김의 시>에 수록된 루이즈 글릭의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