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소리 - 황금찬
종이 되고 싶다
그리하여 울어보리라
지금 이 밝아오는
내일의 여명 앞에
나는 종이 되어 울어보리라
어둠을 지켜온
모든 어제의 눈들
그 눈들의 그늘에
한 줄기의 빛이 되어
빛나고 싶어라
아침 영창에
찾아오는 광명을
나의 마음으로 하고
그 마음을 어느 거점에
보내고 싶어라
황혼에 돌아오는
지친 발걸음
그 길에 깔린
조약돌을 물리치고
한 송이의 꽃을 피워주고 싶다
내가 종이 되어 울 때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일 형제가 있을까
있다면 나의 벗이리
그러나 없으리라
내가 종이 되어 우는 뜻을
아는 이 없으리라
정녕 없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