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후일 - 김소월
먼 훗날 당신이 찾으시면
그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훗날 그때에 ‘잊었노라.’
이정하 - 낮은 곳으로
낮은 곳에 있고 싶었다
그 어디라도 좋다
찰랑찰랑 고여들 네 사랑을
온 몸으로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한 방울도 헛되이
새어 나가지 않게 할 수 있다면
그래, 내가
낮은 곳에 있겠다는건
너를 위해 나를
온전히 비우겠다는 것이다
잠겨 죽어도 좋으니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