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가노니 - 허형만
이제 가노니
본시 온 적도 없었듯
티끌 한 점마저 말끔히 지우며
그냥 가노니
그 동안의 햇살과
그 동안의 산빛과
그 동안의 온갖 소리들이
얼마나 큰 산비로움이었는지
이제 가노니
신비로움도 본시 한바탕 바람인 듯
그냥 가노니
나로인해 눈물 흘렸느냐
나로 인해 가슴 아팠느냐
나로 인해 먼 길 떠돌았느냐
참으로 무거운 인연줄이었던 것을
이제 가노니
허허청청 수월의 뒷모습처럼
그냥 가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