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혼-김소월
산산히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 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 비껴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