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개 - 임지현
해와 달 틈서리에 서서
나는 지우개가 되었습니다
해를 지우고
달을 지우고
밝음과 어둠을 지우기를
반복했지만,
지워지는 건
나 자신임을 알았습니다
사시사철 이러다간
뼈와 살이
하나도
안 남겠지만,
지워져야 하는 까닭으로
여기 그냥 섰습니다.
지우개 - 임지현
해와 달 틈서리에 서서
나는 지우개가 되었습니다
해를 지우고
달을 지우고
밝음과 어둠을 지우기를
반복했지만,
지워지는 건
나 자신임을 알았습니다
사시사철 이러다간
뼈와 살이
하나도
안 남겠지만,
지워져야 하는 까닭으로
여기 그냥 섰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