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융합학과 박원철 교수
하루에 15시간씩 연구 골몰논문실적 인정받아 교수 임용"연구로만 평가받고 싶어"
"저는 오로지 제 연구로만 평가를 받고 싶습니다. 화교가 중국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것처럼 외국에 있는 동포들도 우리 민족의 소중한 자산입니다."
2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에서 만난 중국 국적의 박원철 교수(38)는 "이제 시작하는 단계이고 저보다 훌륭한 연구자가 많다"며 인터뷰를 쑥스러워했다. 박 교수는 서울대 최초의 중국동포 교수. 1일 이 대학원 나노융합학과에 전임교수로 임용됐다. 서울대에는 미국 25명, 영국 4명 등 19개국 출신의 외국인 전임교수 59명이 있고 다른 중국인 교수가 1명 더 있지만 박 교수처럼 동포는 아니다. 윤의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부원장은 "박 교수가 나노 분야의 연구 성과가 뛰어난 데다 중국어 영어 등에 능통해 국제학회에 나가도 손색이 없어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박 교수의 아버지는 전북 전주 출신으로 어린 시절 조부모를 따라 중국 간도에 정착했다. 부모가 의사였던 박 교수는 중국 지린(吉林) 성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 투먼(圖們) 시에서 태어나 연변대 화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전임강사를 하다가 2000년 2월 한국 유학길에 올랐다. 어머니의 권유가 있었고 서울대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연구를 계속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는 화학과 박사과정에 진학해 현 특임부총장인 김하석 교수의 지도를 받았다.
"1999년 10월경 교수님한테 e메일을 보내 제가 하던 연구를 소개하고 연구 주제에 대해 자세하게 얘기했더니 긍정적인 답장을 주셨더라고요."
2004년 박사과정을 마친 뒤에도 그는 화학생물공학부 두뇌한국(BK)21사업 연구교수로 계속 학교에 남아 연구에 참여했다. "서울대는 연구하기에 조건이 좋은 대학이에요. 시설 면에서나 연구성과 면에서 미국 대학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중국 칭화대 등도 최근 열심히 성과를 내고 있지만 논문 게재 수 등에서 서울대보다는 밑이죠."
그는 '나노 기술의 연금술사'로 불리는 현택환 교수 연구팀에 참여해 유명학술지에 논문 5편이 제1저자로 실리는 등 두각을 나타냈다. 박 교수는 2008년 2월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 머티리얼스(Nature Materials)'에 게재돼 화제가 됐던 암 진단과 치료를 동시에 할 수 있는 '나노캡슐' 관련 논문의 제1저자다. 현 교수는 "관련 연구는 전적으로 박 박사의 성과"라며 "연료전지, 태양에너지 등 녹색기술과 관련해 중요한 분야인 전기화학 분야에서 박 박사만큼 열심히 연구하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또 하루에 15시간 가까이 연구에 몰두할 만큼 성실해 교수 임용에 적극 추천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학생을 지도할 때도 진정한 연구자가 될 수 있는지 등 적성을 잘 파악해서 지도하는 게 목표"라며 "채찍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채찍질을 가하고 격려가 필요한 사람에게는 격려하는 스승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연구자는 항상 겸손해야 하고, 돈과 명예에 관심을 두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진정 자기가 하는 일을 사랑하면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