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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에서 상담을 하다 보면 「요즘은 ○○ 지방흡입이 대세라던데, 그 방식으로도 하시나요?」라는 질문을 자주 듣습니다. 초음파, 레이저, 고주파, 물줄기까지 지방흡입에 쓰이는 기계의 이름은 해마다 늘어나고, 광고마다 멍과 붓기가 적고 피부가 잘 수축한다고 하니 어느 쪽을 골라야 할지 오히려 더 헷갈리실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은 지방흡입이 지난 50년 동안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그리고 지금 쓰이는 여러 방식이 각각 무엇을 하는 기계인지를 교과서와 논문에 나온 근거로 정리해 드리려고 합니다. 먼저 모든 방식의 바탕이 되는 투메슨트와 흡입관(카눌라)의 발전을 설명드리고, 피부 수축을 좌우하는 흡입하는 층, 그 위에 더해지는 보조 기기들(파워·초음파·바이저·레이저·워터젯·고주파), 함께 발전해 온 수술의 기준, 그리고 비수술 지방 감소 기기들이 지금 어디쯤 와 있는지를 차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조금 길지만, 상담실에서 기계 이름보다 무엇을 먼저 물어보셔야 하는지 아시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수술실에서 지방흡입을 시행하는 장면

수술실에서 지방흡입을 시행하는 장면 · 사진: Tyler Frew MD,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모든 방식의 바탕은 투메슨트입니다

기계의 이름보다 먼저 알아 두셔야 할 것은, 어떤 기계를 쓰든 지방층에 약물이 섞인 수액을 먼저 넣는 과정은 똑같다는 점입니다. 이 수액을 얼마나, 어떻게 넣느냐에 따라 지방흡입은 건식 → 습식 → 초습식 → 투메슨트의 순서로 발전해 왔고, 이 변화가 지방흡입의 결과와 회복을 가장 크게 바꾸었습니다[1][2].

건식에서 투메슨트까지 — 흡입물 속 피의 비율이 달라졌습니다

지방흡입이 처음 시작된 1970년대 후반에는 수액을 넣지 않고 바로 흡입하는 건식 방식을 썼습니다. 전신마취가 필요했고 출혈이 많아, 흡입해 낸 조직의 약 30%가 피였습니다. 하버드 의대 연구진이 1,500 mL 이상 흡입한 108명을 분석한 1992년 보고에서는 흡입물 속 피의 비율이 허벅지에서 30%, 복부에서 45%였고, 모든 환자가 입원해 자가혈 수혈을 받았습니다[2][6].

이후 지혈제(에피네프린)가 섞인 수액을 조금 넣는 습식, 흡입 예상량만큼 넣는 초습식을 거치면서 출혈이 줄었습니다. 그리고 1985년 클라인(Klein)이 고안해 1987년 발표한 투메슨트 방식은 아주 묽은 국소마취제와 지혈제를 피부가 단단해질 만큼 충분히 넣어, 전신마취 없이 국소마취만으로 지방흡입을 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1][2].

클라인이 1993년 발표한 연구에서는 평균 2,657 mL 를 흡입한 112명 모두가 입원과 수혈 없이 외래로 수술을 마쳤고, 지방 1,000 mL 를 뺄 때 함께 나온 피는 약 9.7 mL 였습니다[2][7]. 같은 양의 지방을 빼면서 피는 수십 분의 일로 줄어든 것입니다.

방식 수액을 넣는 양 흡입물 속 피의 비율 마취
건식(Dry) 넣지 않음 약 30%(복부는 45%까지) 전신마취 · 지금은 쓰지 않음
습식(Wet) 부위당 100~300 mL 정도 약 15~20% 전신마취
초습식(Superwet) 흡입 예상량과 비슷한 양(약 1:1) 약 8% 대개 전신마취
투메슨트(Tumescent) 피부가 단단해질 때까지, 흡입량의 약 2~4배 약 1% 안팎(지방 1 L 당 피 약 10 mL) 국소마취만으로 가능

투메슨트 수액은 무엇이고, 어떻게 작용하나요

투메슨트(tumescent)는 「붓고 단단해진다」는 뜻입니다. 투메슨트 수액에는 생리식염수 1 L 에 리도카인(국소마취제) 약 1 g 과 에피네프린 약 1 mg 이 들어 있습니다. 치과나 마취과에서 쓰는 시판 마취약보다 약 20배 묽은 농도입니다[2].

이렇게 묽은 수액이 지방층을 가득 채우면 세 가지 일이 일어납니다. 첫째, 넓은 범위가 국소마취됩니다. 둘째, 에피네프린이 모세혈관을 강하게 수축시켜 출혈이 크게 줄어듭니다. 셋째, 혈관이 수축해 있으므로 마취제가 혈액으로 흡수되는 데 24~36시간이 걸립니다. 흡수가 천천히 일어나니 혈중 농도가 한꺼번에 높아지지 않고, 수술 뒤에도 하루 이상 통증을 덜어 줍니다[2].

그래서 투메슨트에서는 묽은 리도카인을 일반 마취보다 훨씬 많이 쓸 수 있습니다. 마취과에서 흔히 쓰는 상한이 체중 1 kg 당 7 mg 인 데 비해, 클라인은 1990년 투메슨트 리도카인의 상한을 처음 35 mg/kg 으로 조심스럽게 정했고, 이후 측정과 경험이 쌓이면서 마른 분은 45 mg/kg, 비만한 분은 50 mg/kg 이하를 권하고 있습니다[1][2]. 다만 이 수치는 묽게 희석하고 천천히 주입했을 때의 이야기이며, 다른 약물과의 상호작용까지 따져 수술마다 계산해야 합니다[1].

투메슨트 지방흡입으로 흡입한 지방과 수액이 층으로 나뉜 수집 용기

투메슨트 지방흡입으로 흡입한 지방(위 노란 층)과 함께 나온 투메슨트 수액(아래 붉은 층) · 사진: 비너스의원

위 사진은 저희 비너스의원에서 투메슨트 지방흡입으로 흡입한 지방입니다. 위쪽의 노란 층이 지방이고, 아래쪽 붉은 층은 지방과 함께 빠져나온 투메슨트 수액입니다. 넣은 수액 가운데 약 15~25% 가 지방과 함께 나오고, 나머지는 몸에 흡수되어 대사됩니다.

흡입관은 굵은 관에서 가는 관으로 발전했습니다

투메슨트와 함께 크게 바뀐 것이 흡입관(카눌라)입니다. 지방흡입 초창기인 1970년대에는 지름 6~10 mm 의 굵은 관을 썼습니다. 그런데 투메슨트 수액으로 지방층을 부풀리자 가는 관으로도 지방을 충분히 뺄 수 있게 되었고, 이것이 마이크로 카눌라입니다. 대개 외경 약 2.7 mm(내경 2.2 mm, 12G) 이하를 마이크로 카눌라로 부릅니다[1].

굵기(게이지) 외경 / 내경 주로 쓰는 부위
12G 2.75 mm / 2.15 mm 복부
14G 2.1 mm / 1.6 mm 복부·팔다리
16G 1.6 mm / 1.2 mm 팔다리·얼굴·목·유방
18G 1.27 mm / 0.84 mm 얼굴·목·유방

가는 관이 고른 결과에 유리한 이유

굵은 관은 한 번에 많은 지방을 빼므로 빠르지만, 방향을 조금씩 바꾸려 해도 이미 뚫린 길로 다시 들어가기 쉽고, 지방을 너무 많이 빼 피부가 꺼지거나 울퉁불퉁해질 위험이 큽니다. 가는 관은 한 번에 빠지는 양이 적은 대신 지방층에 촘촘한 길을 만들어 고르게 다듬기 좋습니다. 클라인은 예전처럼 «굵은 관으로 빨리 빼고 가는 관으로 요철을 고치는» 순서가 아니라, 가는 관으로 먼저 촘촘한 길을 낸 뒤 넓혀 가는 순서가 요철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막는» 방법이라고 설명합니다[1][2].

굵기와 끝 모양이 다른 여러 지방흡입관과 손잡이

굵기와 끝 모양이 다른 지방흡입관 세트 · 사진: RobozTech,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흡입관은 굵기뿐 아니라 끝의 구멍 모양도 다릅니다. 구멍이 크고 많은 관(예: 카피스트라노형)은 한 번에 많이 빼는 데, 구멍이 작고 한쪽에만 있는 관(예: 피네스형)은 지나치게 빼거나 조직을 다치게 할 위험을 줄이며 섬세하게 다듬는 데 씁니다[1]. 또 가는 관은 피부에 1~2 mm 의 아주 작은 구멍만 내고 들어갈 수 있어, 그 구멍을 봉합하지 않고 열어 두면 수술 뒤 남은 수액이 잘 빠져 붓기와 멍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2].

다만 가는 관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관이 가늘면 약하고 지방에 자주 막히므로, 넓은 부위에서 많은 양을 빼는 대용량 지방흡입에서는 구경 3~4 mm 의 관을 함께 씁니다. 결국 정해진 «정답 굵기»가 있는 것이 아니라, 부위와 층에 따라 관을 바꿔 쓰는 판단이 중요합니다[1].

흡입기와 시린지 — 가장 기본이 되는 SAL

투메슨트로 지방층을 준비한 뒤, 의사가 흡입관을 앞뒤로 움직여 지방을 빨아내는 것이 흡입기 보조 지방흡입(SAL, suction-assisted liposuction)입니다. 「전통적인 지방흡입」이라고도 불러서 한물간 방식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지금 시행되는 지방흡입의 대부분이 이 방식이고 뒤에 설명드릴 기기들은 모두 이 위에 더해지는 «보조»입니다[8]. 흡입기 대신 주사기(시린지)의 음압만으로 흡입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음압이 낮아 조직 손상이 적은 방법으로, 지방이식에 쓸 지방을 채취할 때나 섬세한 부위에 씁니다[3].

어느 층을 흡입하느냐 — 표층 지방흡입과 피부 수축

지방흡입 뒤 피부가 줄어드는 것은 진피가 원래 가진 탄력으로 되돌아가고, 피부 밑 섬유 조직이 수축하기 때문입니다[1]. 그런데 이 수축이 얼마나 일어나느냐는 어느 층의 지방을 얼마나 고르게 흡입했느냐에 크게 좌우됩니다.

일반적인 지방흡입은 깊은 층의 지방을 주로 흡입합니다. 깊은 층만 흡입하면 부피는 줄지만, 피부 아래에 두껍고 무거운 지방층이 남아 늘어진 피부가 다시 수축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피부 가까운 얕은 층의 지방까지 가는 관으로 고르게 다듬는 표층 지방흡입이 개발되었습니다. 교과서는 표층까지 흡입했을 때 피부가 더 많이 수축한다는 데 여러 저자가 동의한다고 정리합니다[3].

표층 지방흡입은 그만큼 어려운 술기입니다. 너무 얕게, 너무 많이 빼면 피부가 꺼지거나 울퉁불퉁해지고, 피부 바로 아래를 지나치게 긁으면 오래가는 붉은 자국이 남기도 합니다. 그래서 가는 관으로 남는 지방층의 두께를 고르게 맞추는 정밀함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손으로 피부를 잡아 주는 기술 — MASST

수술이 진행되어 투메슨트 수액이 20~30% 정도 빠져나가면, 수액이 피하 조직을 단단하게 받쳐 주던 효과가 줄어 조직이 흔들리고 손상이 늘어납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숙련된 보조자가 손으로 피부와 조직을 수평으로 고정해 주는 방법이 고안되었는데, 이를 MASST(manually assisted skin stabilization technique)라고 합니다[3].

교과서에 실린 20명의 비교에서는 같은 사람의 한쪽은 MASST 를 적용하고 반대쪽은 적용하지 않고 수술했는데, MASST 쪽에서 흡입된 지방이 더 많았고(1.15 L 대 0.95 L) 수술 중 통증 점수는 더 낮았습니다(2.9점 대 3.5점)[3]. 규모가 작은 연구이지만, 기계를 바꾸지 않고 «손»의 기술만으로도 결과가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 줍니다.

SAL 에 더해지는 보조 기기들

아래 기기들은 모두 투메슨트 수액을 넣은 뒤 지방을 «빼기 쉽게» 만들어 주는 장치입니다. 기계가 지방을 대신 빼 주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에 흡입관으로 지방을 빼내고 모양을 다듬는 것은 여전히 의사의 손입니다. 기기마다 원리와 근거, 주의할 점을 차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파워 보조 지방흡입(PAL)

전기 모터나 압축 공기로 흡입관 끝이 1분에 수천 번 빠르게 앞뒤로 움직이거나 회전하게 만든 장치입니다. 의사가 천천히 움직여도 흡입관이 스스로 진동하므로 힘이 덜 들고, 섬유질이 많은 부위(옆구리 뒤쪽, 남성 가슴)나 재수술 부위에서 지방을 빼기 쉽습니다. 교과서의 비교 연구에서도 수술하는 사람의 피로가 거의 없었고 익히기도 어렵지 않았다고 보고합니다[4].

모터로 움직이는 흡입관을 사용하는 파워 보조 지방흡입 장면

모터로 진동하는 흡입관을 쓰는 파워 보조 지방흡입(PAL) · 사진: Tyler Frew MD,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그렇다면 파워 기기가 피부를 더 많이 수축시킬까요? 같은 사람의 복부를 손으로 움직인 쪽과 기계로 움직인 쪽으로 나누어 3차원 촬영으로 비교한 연구에서는, 3개월 뒤 조직 수축에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습니다. 기계 쪽이 조금 더 수축하는 경향은 보였지만 대상자가 적어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고 저자들도 밝혔습니다[4]. 단점으로는 장비가 무겁고 소음이 있으며, 진동 때문에 절개 부위에 마찰 자국이나 착색이 생길 수 있습니다.

흡입관이 여러 개 연결되는 파워 지방흡입 핸드피스

파워 지방흡입용 핸드피스의 예(EVAmatic) · 사진 출처: 제조사 Euromi 홈페이지 euromi.com

초음파 보조 지방흡입(UAL) — 1세대·2세대

초음파의 진동으로 지방세포를 녹이듯 유화시킨 뒤 흡입하는 방식입니다. 초음파가 지방 조직 속에서 압축과 팽창을 되풀이하면 작은 거품이 생겼다 터지는 공동 현상(cavitation)이 일어나 지방이 액체처럼 풀립니다. 섬유질이 많은 부위, 남성 여유증, 재수술 부위에서 지방을 빼기 쉽게 해 줍니다[3].

유럽에서 시작된 1세대와, 미국에서 흡입과 초음파를 한 관에서 함께 하는 2세대 기기는 지방을 녹이는 힘이 뛰어나 크게 유행했습니다. 그러나 흡입관 안에서 나오는 초음파의 출력이 150 W 에 이르러[1], 에너지가 과하게 들어가면 장액종(seroma), 피부 화상, 흉터 같은 합병증이 늘었습니다. 클라인은 처음 보고들이 지나치게 낙관적이었고 합병증이 뒤늦게 알려졌다고 비판했고[2], 교과서도 부적절한 출력이나 탐침은 조직을 지나치게 손상시킬 수 있다며 초음파는 깊은 층에만 써야 한다고 경고합니다[4].

외부 초음파

흡입관 안이 아니라 피부 위에 평평한 탐촉자를 대고 1~3 MHz 의 초음파를 쬐는 방식도 있습니다. 투메슨트 수액을 넣은 직후에 쬐어 지방을 부드럽게 하거나, 수술 뒤 붓기를 빼는 데 보조로 씁니다[3]. 흡입관 속 초음파보다 에너지가 훨씬 작아 피부 화상 같은 합병증은 적지만, 그만큼 지방을 녹이는 힘도 약합니다.

바이저(VASER) — 3세대 초음파

바이저(VASER)는 2002년 소개된 3세대 초음파 기기로, 1·2세대의 합병증을 줄이기 위해 설계되었습니다. 끝에 홈이 파인 가는 티타늄 탐침이 끝과 옆면으로 함께 초음파를 내보내 효율을 높였고, 초음파를 끊어서(펄스) 내보낼 수 있습니다. 교과서는 같은 양의 지방을 녹이는 데 이전 기기의 약 절반의 초음파 에너지만 쓰도록 하여 열에 의한 합병증 위험을 줄였다고 설명합니다[3]. 그래도 열을 쓰는 기기이므로 탐침을 한곳에 머물게 하지 않고 늘 움직여야 하며, 충분한 수액 속에서만 써야 합니다[3]. 저희 비너스의원에서도 섬유질이 많은 부위나 재수술에 보조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레이저 보조 지방흡입(LAL)

지름 1~1.5 mm 의 가는 관 속에 광섬유를 넣어 지방층 안에서 레이저를 쏘아 지방세포를 녹인 뒤 흡입하는 방식입니다. 처음 널리 쓰인 1064 nm(Nd:YAG) 파장은 지혈 효과가 있고 넓게 열을 퍼뜨리며, 1320 nm 처럼 지방과 물에 더 잘 흡수되는 파장은 광섬유 주변에 열을 모읍니다[4]. 이후 여러 파장을 섞은 기기들이 나왔습니다.

레이저 보조 지방흡입 장비

레이저 보조 지방흡입 장비의 예(Smartlipo) · 사진 출처: 제조사 Cynosure 홈페이지 cynosure.com

레이저의 열로 피부 수축을 돕는다는 보고가 있고, 레이저 후 3개월에 피부 면적이 17% 줄었다는 연구도 인용됩니다[4]. 그러나 한쪽은 레이저, 반대쪽은 일반 흡입(SAL)으로 수술해 비교한 무작위 이중맹검 연구에서는 결과의 차이가 없었고, 레이저를 쏘는 만큼 수술 시간만 길어졌습니다[5]. 레이저만으로는 지방흡입을 할 수 없고, 어디까지나 보조로 쓰이며, 열을 쓰는 만큼 피부 화상에 주의해야 합니다.

워터젯 보조 지방흡입(WAL)

흡입관 끝에서 부채꼴 모양의 가는 물줄기를 뿜어 지방을 떼어 내면서 동시에 흡입하는 방식입니다(바디젯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처음부터 많은 수액으로 지방층을 부풀리는 대신, 수술하면서 물줄기로 수액을 조금씩 넣어 지방세포를 떼어 냅니다. 교과서는 부드럽고 조직 손상이 적은 방법으로 소개하며, 떼어 낸 지방세포가 덜 손상되어 지방이식용 지방을 채취하는 데에도 씁니다[3].

워터젯 보조 지방흡입 장비

워터젯 보조 지방흡입 장비의 예(body-jet evo) · 사진 출처: 제조사 Human Med 홈페이지 humanmed.com

다만 실제로 넣는 수액의 양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워터젯의 주입 대 흡입 비율이 약 1.2:1 로, 클라인 투메슨트(3~4:1)보다 초습식(1~1.5:1)에 가까웠습니다[4]. 즉 국소마취만으로 넓은 부위를 하기에는 마취가 부족할 수 있고, 결과가 더 낫다는 객관적 비교 자료는 아직 부족합니다.

고주파 보조 지방흡입(RFAL)

피부 위의 전극과 지방층 속 흡입관의 전극 사이에 고주파 에너지를 흘려 지방을 녹이고, 피부 아래 섬유 조직을 데워 수축시키는 방식입니다(바디타이트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교과서에 실린 연구에서는 6개월 뒤 피부의 길이가 사람과 치료 조건에 따라 12.7%에서 47%까지 줄었고, 에너지를 많이 넣을수록 더 많이 수축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4].

그러나 같은 연구에서 장액종이 생긴 경우가 있었고, 저자들도 에너지를 쓰는 지방흡입에서는 장액종이 드물지 않은 합병증이라 대용량 수술에서는 배액관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피부 밑 조직이 피부보다 더 많이 수축하면 오히려 피부 표면에 주름이 생길 수 있어, 조직 속과 피부 표면의 온도를 재며 조절해야 합니다[4].

방식 원리 주로 도움이 되는 경우 근거와 주의할 점
SAL(흡입기) 흡입관을 손으로 움직여 흡입 대부분의 지방흡입 모든 방식의 기본 · 수술자의 경험에 따라 결과 차이
PAL(파워) 흡입관이 자동으로 진동 섬유질 부위·재수술·넓은 부위 수술자 피로 감소 · 피부 수축은 SAL 과 의미 있는 차이 없음 · 절개 부위 마찰
UAL(1·2세대 초음파) 초음파로 지방 유화 섬유질 부위·남성 여유증 장액종·화상·흉터로 지금은 거의 쓰지 않음
바이저(3세대 초음파) 가는 탐침에서 펄스 초음파 섬유질 부위·재수술 에너지를 약 절반으로 줄임 · 열 손상 주의
LAL(레이저) 레이저 열로 지방 용해 좁은 부위 보조 무작위 연구에서 SAL 과 결과 차이 없음 · 수술 시간 증가
WAL(워터젯) 물줄기로 지방 분리 부드러운 흡입·지방이식 채취 실제 수액량은 초습식에 가까움 · 비교 자료 부족
RFAL(고주파) 고주파 열로 지방 용해·조직 수축 피부 수축이 필요한 부위 보조 수축 12.7~47% 보고 · 장액종·피부 주름·열 손상

수술의 기준도 함께 발전했습니다

기계만큼,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하게 발전한 것이 «얼마나, 어떤 마취로 하느냐»에 대한 기준입니다. 지방흡입에서 생긴 심각한 사고들은 새 기계가 없어서가 아니라 대부분 지나친 양, 마취 약물의 관리, 혈전과 관련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1].

하루에 얼마나 흡입하나요

클라인은 흡입량에 따라 기준을 나누어 제시합니다. 경험이 적은 의사는 하루 1,500 mL 를 넘기지 말 것, 1,500~4,000 mL 의 대용량은 투메슨트 덕분에 가능해졌지만 흡입량이 많을수록 회복이 힘들어진다는 것, 그리고 하루에 순수 지방 4 L 넘게 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두 번에 나누어 몇 주에서 몇 달 간격으로 하는 편이 낫다는 것입니다. 전체 흡입물이 5,000 mL 를 넘으면 하룻밤 입원해 관찰하라는 권고도 있습니다[1].

흡입량을 따질 때 흡입물 전체가 모두 지방은 아니라는 점도 알아 두셔야 합니다. 앞의 사진처럼 흡입물에는 지방과 수액이 섞여 나오고, 초음파 기기로 녹인 지방은 수액과 섞여 실제보다 지방이 많아 보이기도 합니다[1]. 그래서 흡입물의 숫자만으로 수술을 비교하기보다 수술 계획과 남는 지방층의 상태를 함께 보셔야 합니다.

지방흡입 중 흡입물을 모으는 수집 용기와 장비

지방흡입 중 흡입물을 모으는 수집 용기 · 사진: Tyler Frew MD,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마취와 약물 관리

투메슨트 국소마취만으로 수술하면 전신마취의 위험과 수술 뒤 구역·구토를 피할 수 있고, 수액이 몸에 수분을 공급하므로 정맥 수액을 많이 줄 필요도 없습니다. 오히려 정맥 수액을 지나치게 주면 수분 과다가 생길 수 있습니다[2]. 클라인은 국소마취만으로 하는 투메슨트에서 리도카인 중독으로 인한 사망은 알지 못한다고 하면서도, 초습식 지방흡입에서 리도카인 처방을 명확히 쓰지 않아 생긴 사망 사례를 들어 약물의 용량을 수술 전에 반드시 계산하고 기록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1]. 또 전신마취가 혈전과 폐색전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지적합니다[1]. 대용량이나 넓은 부위는 국소마취만으로 하기 어려워 수면마취를 함께 쓰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에도 투메슨트 약물의 총량 관리가 기본입니다.

비수술 지방 감소 기기들은 지금

예전 글에서는 냉동지방분해(젤틱·쿨스컬프팅), 고강도 집속 초음파(리포소닉) 같은 기기들을 «아직 미국 식약청(FDA)의 승인을 받지 못하고 임상시험 중인 기계»로 소개했습니다. 그 뒤로 사정이 바뀌어, 냉동지방분해 기기는 2010년 옆구리를 시작으로 복부(2012년)·허벅지(2014년)·턱밑(2015년)으로 FDA 허가 범위가 넓어졌고, 리포소닉은 2011년 «허리둘레 감소» 용도로 허가를 받았습니다[9].

냉동지방분해 기기

냉동지방분해 기기(CoolSculpting) · 사진: dronepicr, Wikimedia Commons (CC BY 2.0)

냉동지방분해는 피부 위에 컵 모양의 냉각판을 대고 지방층을 일정 시간 차갑게 하여, 추위에 약한 지방세포가 서서히 줄어들게 하는 방식입니다. 고강도 집속 초음파는 피부 밖에서 초음파를 한 점에 모아 지방층에 열을 내고, 고주파 기기는 전기 에너지로 지방층을 데웁니다. 교과서는 외부 초음파를 흡입 없이 단독으로 쓰는 것은 300 mL 보다 작은 국소 지방에 해당한다고 설명합니다[3].

복부에 냉동지방분해 시술을 받는 모습

복부에 냉동지방분해 시술을 받는 모습 · 사진: Courtney Elizabeth, Wikimedia Commons (CC0)

이 기기들은 피부를 뚫지 않고 지방세포를 줄이는 비수술 시술입니다. 한 번에 줄일 수 있는 양과 범위가 지방흡입과 다르고, 허가받은 용도도 부위별로 정해져 있습니다. 그래서 지방흡입을 대신한다기보다 적응증이 다른 별개의 선택지로 보시는 것이 맞습니다. 적은 양의 국소 지방에는 비수술 시술이, 부피가 크거나 라인을 다듬어야 하는 경우에는 지방흡입이 맞는 경우가 많으므로, 상담에서 지방의 양과 피부 상태를 함께 보고 정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비너스의원은 이렇게 합니다

기계가 바꾸지 못하는 것

새로운 기기는 지방을 빼기 쉽게 하거나 일부 상황에서 회복을 돕는 «도구»입니다. 어떤 기기를 쓰더라도 남는 지방층을 고르게 다듬는 것은 수술하는 사람의 몫이고, 에너지를 쓰는 기기는 오히려 화상이나 장액종처럼 그 기기 고유의 합병증이 더해질 수 있습니다[3][4]. 결과는 피부 탄력, 원래의 골격과 근육 모양, 수술 후 체중 변화에 따라 사람마다 다릅니다.

기계보다 먼저 확인하실 것

클라인은 지방흡입을 하려는 의사에게 수술 손기술보다 먼저 마취 약물의 관리와 흡입관을 다루는 감각을 익혀야 한다고 강조합니다[1]. 기계 이름보다 그 수술을 얼마나 많이 해 보았는지, 하루에 얼마나 흡입할 계획인지, 어떤 마취를 하는지, 그리고 합병증이 생겼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먼저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저희 비너스의원의 방식

저희 비너스의원은 투메슨트를 바탕으로 한 흡입기 보조 지방흡입(SAL)을 기본으로 하고, 섬유질이 많은 부위나 재수술처럼 필요한 경우에 파워 지방흡입기(리포매틱)와 바이저를 보조로 사용합니다. 부위와 층에 따라 가는 마이크로 카눌라와 시린지 흡입을 함께 써서 피부 바로 아래 층까지 고르게 다듬는 표층 지방흡입을 하고, 처진 피부의 수축을 이끌어 냅니다.

빼야 할 지방은 최대한 확실하게 제거하고, 라인은 울퉁불퉁하지 않게 매끈하게 다듬습니다. 넓은 부위의 대용량 지방흡입은 두 명의 의사가 함께 집도해 수술 시간을 줄이면서도 표층까지 서두르지 않고 다듬습니다. 기계에 기대기보다 어느 층의 지방을 어떻게 다룰지를 미리 계획하고, 그 계획대로 끝까지 손으로 다듬는 데 시간을 들이고 있습니다.

참고문헌

  1. Klein JA. Tumescent Technique: Tumescent Anesthesia & Microcannular Liposuction. Mosby; 2000. Chapters 4, 6, 10, 15, 20, 21, 23, 2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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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며

지방흡입은 지난 50년 동안 투메슨트와 가는 흡입관, 표층을 다루는 술기, 그리고 흡입량과 마취의 기준이 자리 잡으면서 크게 발전했습니다. 그 위에 여러 보조 기기가 더해졌지만, 각각 장단점이 있고 어느 하나가 모든 경우에 낫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지방흡입을 선택하실 때는 기계의 이름보다 수술하는 의사의 경험과 실력을 보시는 것이 가장 현명한 기준이라고 생각합니다.

안내: 모든 수술에는 부작용 가능성이 따르며, 결과는 개인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어떤 방식이 맞는지는 지방의 양과 부위, 피부 탄력에 따라 달라지므로 충분한 상담 후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비너스의원 원장 김학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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